어쩌면 우리에게 더 멋진 일이 있을 지도 몰라
But some day, one day, soon
두산갤러리
2021
Solo Exhibition
2016년 4월 13일 수요일
처음 가보는 길이다. 바다 냄새가 났다.
바람은 부드러웠고 고요했다.
하늘은 연 파란색, 회색, 코랄색, 연분홍 그 사이였다.
깊은 바다를 향해 일자로 나있는 부둣가를 따라서 걸었다.
부두의 높이만큼 멀리 볼 수 있었다.
바닷물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았다.
쭈-욱 쭈-욱 밀려가고 밀려가는 파도를 보았다.
점점 어두워져갔고 바람도 조금 더 불었다.
천천히 더 짙은 회색, 짙은 파랑, 짙은 다홍색으로 변했다.
부둣가 끝자락에 닿을 즈음, 서핑 보드 위에 앉아 바다 위에 두둥실 떠있는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.
잔잔한 물결을 타며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.
파도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.
2020년 12월 어느 날. 그리고 시작
“New Zealand”라는 이름의 폴더에 있는 영상 파일들을 보면서 문득 이 파도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. 그것이 이 작업의 시작이었다. 노트북 11인치 모니터에 투명 필름을 올려놓고 오일 파스텔로 파도를 한 프레임 한 프레임 그리기 시작했다. A4 사이즈에 남태평양 한 귀퉁이를 그린다는 마음으로 무모하지만 설레는 기대를 품고 이어 그렸다. 총 1969장의 그림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.